불후의 명곡

알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원곡: 조용필), & 이상을 노래한 시

모심 2015. 1. 4. 16:13

 

알리가 새롭게 해석하고 소화해 낸

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

 

알리의 실력은 나는 여기에서 보았다!!!

 

그러나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원곡의 아우라는 넘어서지 못하는 것인가.

----------------

 

이상을 꿈꾸는 시, 이상을 노래한 시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의 서두에 이런 구절이 있다.(근처에 책이

없어 신문기사에서 옮겨왔다)

 

 “서쪽 정상은 마사이족 언어로 응가예 응가이, ‘신의 집’이라 한다.

그 근처에 표범 한 마리가 말라 죽어 있다. 표범이 왜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1926년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오른 영국 탐사팀이

정상 부근에서 표범 사체를 발견하여 증거로 표범 귀를 잘라왔다고 한다. 그러니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것인가 보다.

  이 표범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을 꿈꾸는 인간에게 이상의 대명사가

되었다. 조용필의 노래도 여기에서 왔다.  이상을 노래한 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유치환의 <깃발>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純情)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이상=해원(바다 벌판)

 

2. 서정주의 <추천사>

 

추천사(鞦韆詞)

 

         서정주(徐廷柱)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데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 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波濤)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향단아.

 

* 이상 =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

 

3. 박현수의 <세한도>

 

 

 

 세한도

 

      박현수

 

1

어제는

나보다 더 보폭이 넓은 영혼을

따라다니다 꿈을 깼다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그 거리를

나는 눈물로 따라 갔지만

어느새 홀로 빈들에 서고 말았다

어혈의 생각이 저리도

맑게 틔어오던 새벽에

헝클어진 삶을 쓸어 올리며

첫닭처럼 잠을 깼다

 

누군 핏속에서

푸르른 혈죽(血竹)을 피웠다는데

나는

내 핏속에서 무엇을 피워낼 수 있을까

 

2

바람이 분다

가난할수록 더 흔들리는 집들

어디로 흐르는 강이길래

뼛속을 타며

삼백 예순의 마디마디를 이렇듯 저미는가

내게 어디

학적(鶴笛)으로 쓸 반듯한

뼈 하나라도 있던가

끝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래더미 같은 나는

스무 해 얕은 물가에서

빛 좋은 웃음 한 줌 건져내지 못 하고

그 어디

빈 하늘만 서성대고 다니다

어느새

고적한 세한도의 구도 위에 서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이란

시누대처럼

야위어 가는 것

 

*이상=나보다 더 보폭이 넓은 영혼, 혈죽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