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에 대하여

신이란 무엇인가

모심 2012. 4. 5. 14:57

보쉬 드릴의 신에게(외 1편)


                  박현수




야외박물관의 크고 작은 탑들을 보다

문득 신의 근황을 눈치 챘다

저 크고 작은 탑들이

어디로부터인가 벽을 뚫고 나온 나사의 끝이 아닐까

의심하는 순간,

지상의 반대편에 무언가

골똘히 일을 하고 있는 신의 모습이 얼핏 들킨다

보쉬 드릴로 드르륵 드르륵

나사를 박고 있는 신이여

당신의 세계가 근사하게 리모델링 될 때마다

그 나라의 어수선한 안감일 뿐인

이 지상엔 여기저기 신성한 것들이 태어난다

저 나사의 반대편 끝에

어떤 그림이 걸릴지 우리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당신의 세계가

우리 세계와 등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 나라의 벽을 뚫고 나온

저 사소한 나사의 끝은

이 지상에서 이토록 신성한 탑이 된다

그 세계가 혹 당신과 무관할지라도

또 우리가 꿈꾸는 그 세계가 아닐지라도

당신의 나라는 우리의 신성한 내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안다

이 세계를 뒤집으면 당신의 나라가

또 하나의 어수선한 안감이 될 뿐이라는 것을

                   <현대시학> 2012.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