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김준오시학상 본심 심사평
2024년 제14회 김준오시학상의 본심 대상작은 박슬기의 한국 근대 자유시의 원천과 그 실험들, 박현수의 시학 개념의 새로운 이해, 송기한의 해방 공간의 한국 시사, 이승하의 한국 불교문학의 기둥을 찾아서』, 정효구의 영성 수행으로서의 시읽기와 시쓰기』 등이었다. 본심에 오른 저작들은 각 테마별로 일가를 이룬 연구자들의 의미 있는 성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오랜 논의 끝에 박현수의 시학 개념의 새로운 이해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박현수 교수는 2011년 시론』을 발간한 이후, 2015년 그리고 2022년 새로운 개정판(3판)을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시론>을 수정·보완해가고 있다. 2022년 제3판 시론은 1부 <일반론>에서 '시의 원형', '시의 정의', '시의 범주', ‘시의 본질’을 다루고, 2부 <구성요소>에서는 '언어'. '심상', '가락과 형식', '화자와 어조', 제3부 <이념과 표현>에서는 '서정성' 과 '사회성 혹은 정치성', '수사학의 지형도', ‘숭고, 초월의 수사학’ 등으로 나누어 시와 관련한 전통적 논의 위에 새로운 시학의 내용을 반영함으로써 여타의 시론과 차별화된 시 이론서를 구성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박현수 교수의 작업은 시학의 지평을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게 확장해간 김준오 선생의 시론과 닮아 있다. 문장사에서 제1판(1982)이 간행된 이후, 이우출판사에서 제2판(1988), 삼지원에서 제3판(1991), 제4 판(1997)의 개정판을 발행함으로써 <시론>에 대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심화하였던 김준오 선생의 시론처럼, 박현수 교수는 시학의 구성 요소나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시론>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가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시학 개념을 개진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에는 김준오 선생의 선행 논의들이 중요한 모범이 되었을 것이며, 실제로 구체적인 시론의 논의들에 김준오 선생의 시학이 매우 긴요한 참조지점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수상작인 시학 개념의 새로운 이해는 10여년 이상 <시론> 보완 작업에 바탕이 된 시학의 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의 내용들이 담겨 있다. 2022년 발행된 시론』 제3판에도 반영된 시학의 개념들. '숭고', '서정성', '심상', ‘범맥락화’, '리듬', '시적 화자', '서정 시제', ‘가상적 연행성’, '비유' 등에 대한 논의들이 깊이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범맥락화나 ‘율격의 단계’, '가상적 연행성', '상호 주체적 서정성' 등은 종전의 시학 개념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논의들로서, 이와 같은 새로운 시학에 대한 사유들은 시를 좀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심도 있게 해석하는 데 유효한 개념의 틀이라고 사료된다. 그 외에도 '서정 시제', '텅 빈 주체, '심상과 현량', '비유와 초과 현실', '송고와 초월 감각' 등도 시를 보다 깊이 있고 풍요롭게 살피는 데 유용한 사유를 더하고 있다. 시의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한 또다른 생각들, 종전에 구체화되지 않는 새로운 시학의 개념들은 시에 대한 종전의 사유들을 갱신함으로써 시를 더욱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읽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박현수의 시학 개념의 새로운 이해는 저자가 근 20년간 진행해온 시학의 여러 개념들에 대한 학문적 고투와 사유들을 촘촘히 담고 있는 저작이다. 우리 시학의 깊이와 넓이를 이루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사료되며, 이와 같은 그의 작업은 김준오 선생이 평생 동안 일구어온 한국 시학의 지평을 다시 확장해가는 뜻깊은 성과라고 판단된다. 박현수의 시학이 우리 시론의 폭과 깊이를 만들어가는 일에 더욱 진화해 가길 진심으로 응원하며, 제14회 김준오시학상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김민주(문학평론가, 영남대 교수)
김진희(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하상일(문학평론가, 동의대 교수)
(<신생> 101호, 2024. 겨울호, 218-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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