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란
박현수
뻐꾸기는
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제 알을 낳는다
그 큰 알을
오목눈이는
눈먼 짐승이 되어 품고
자기보다 덩치 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키운다
시간이 지나면
둥지 밖 어미 소리에
새끼 뻐꾸기
마침내 날아오른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완전한 영혼이
깃들어 온 것이라면
고이 품을 수밖에
둥지를 벗어날 때까지
먹이를 물어다 키울 수밖에
마침내
우리만 듣지 못하는
저 바깥의 소리에 떠나보낼 수밖에
한 마리
눈먼 짐승이 되어
<시와 경계> 2019. 가을.
'초월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생이라는 환한 말을 들었다 - 윤회에 대한 시 (0) | 2020.08.02 |
---|---|
아내가 윤회를 말하는 밤 - 윤회에 대한 시 (0) | 2020.08.02 |
참새 혹은 초월에 대해 생각하다 (0) | 2020.08.02 |
윤회를 만난 사람들 4 - 마이클 뉴턴, <영혼들의 기억> (0) | 2020.08.02 |
윤회를 만난 사람들 3 - 마이클 뉴턴, <영혼들의 여행>, <영혼들의 운명> (0) | 202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