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에 대하여

탁란-윤회에 대한 시

모심 2020. 8. 2. 22:02

탁란

 

        박현수

 

  

뻐꾸기는

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제 알을 낳는다

그 큰 알을

오목눈이는

눈먼 짐승이 되어 품고

자기보다 덩치 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키운다

시간이 지나면

둥지 밖 어미 소리에

새끼 뻐꾸기

마침내 날아오른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완전한 영혼이

깃들어 온 것이라면

고이 품을 수밖에

둥지를 벗어날 때까지

먹이를 물어다 키울 수밖에

마침내

우리만 듣지 못하는

저 바깥의 소리에 떠나보낼 수밖에

한 마리

눈먼 짐승이 되어

        <시와 경계> 2019.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