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에 대하여

참새 혹은 초월에 대해 생각하다

모심 2020. 8. 2. 22:01

참새에 대하여

 - 혹은 초월에 대하여

 

            박현수

 

 

이제 참새에 대하여 이야기할 시간이다

떼를 지어 어수선하게 날아다니던 참새들이

둥근향나무 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우르르 솟아오른다

안개가 숲을 지나듯

저녁연기가 탱자울타리를 빠져나가듯

초록 바늘잎에 깃 하나 닿지 않는다

어느 하늘을 다녀온 것일까

참새의 깃털엔 낯선 향기가 묻어 있다

떼를 지어 어느 먼 별자리를

옮겨놓고 돌아오는 길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집들 처마에

새로운 별이 보이는 때도 이 무렵이다

허공에 쌓인 겹겹의 벽을 뚫어

새로운 길을 내고 다니는 참새들이

갈색 옷을 입은 영혼이 아니면 무엇인가

부드러운 안개 입자들,

전자의 궤도를 빠져나가는 휘파람,

뼈를 지닌 에너지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둥근향나무에 스며드는 참새가 있어

그림자 지닌 것이

모두 슬픈 건 아니라 말할 수 있으니

이제 초월에 대하여 이야기할 시간이다

 - 시집 <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